설계, 엔지니어링, 혹은 3D 프린팅 취미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바로 ‘소프트웨어 가격’입니다. 오토캐드(AutoCAD)나 솔리드웍스(SolidWorks) 같은 업계 표준 툴들은 연간 구독료가 수백만 원에 달해, 개인이나 소규모 스타트업이 덜컥 구매하기엔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비싼 도구가 반드시 좋은 결과물을 보장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특히 고도의 시뮬레이션이나 팀 단위의 PLM(제품 수명 주기 관리) 기능이 필요 없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행히도 오픈소스 커뮤니티와 주요 벤더들의 교육 지원 덕분에, 유료 프로그램을 위협할 만큼 강력한 무료 CAD 소프트웨어들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기계 공학부터 건축 스케치, 2D 도면 작성까지 각 분야를 대표하는 4가지 무료 CAD 솔루션을 심층 분석하고, 여러분의 목적에 딱 맞는 도구를 찾아드립니다.
1. 기계 공학을 위한 오픈소스의 자존심: FreeCAD
만약 여러분이 솔리드웍스나 카티아(CATIA) 같은 3D 파라메트릭 모델링 툴의 무료 대안을 찾고 있다면, 답은 FreeCAD 하나뿐입니다.
핵심 기술: 파라메트릭(Parametric) 모델링
FreeCAD의 가장 큰 특징은 **’파라메트릭 모델링’**을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형상을 찰흙처럼 빚는 것이 아니라, 치수와 구속 조건(Parameters)을 통해 모델을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 장점: 설계 중간에 치수가 변경되어도, ‘히스토리(History)’ 내역으로 돌아가 숫자 하나만 바꾸면 모델 전체가 자동으로 수정됩니다. 이는 기계 부품, 제품 디자인 등 정밀도가 생명인 엔지니어링 작업에 필수적입니다.
심층 분석
- 오픈소스 생태계: 윈도우, 맥, 리눅스(우분투, 페도라 등)를 모두 지원하며, 전 세계 개발자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기능이 업데이트됩니다. 파이썬(Python) 스크립트를 통해 기능을 직접 확장할 수도 있습니다.
- 다양한 워크벤치(Workbench): FreeCAD는 기계 설계를 위한 ‘Part Design’, 건축을 위한 ‘BIM’, 유한 요소 해석을 위한 ‘FEM’ 등 다양한 작업대(Workbench) 개념을 제공하여 하나의 툴로 광범위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 단점: 강력한 기능에 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다소 투박하고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초기 학습 곡선이 가파른 편이며, 2D 도면 생성 기능은 상용 툴에 비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 2D 도면의 절대 강자: LibreCAD
모든 설계가 3D일 필요는 없습니다. 레이저 커팅을 위한 도면, 평면도 작성, 전기 회로도 등 순수 2D 작업이 목적이라면 가볍고 빠른 LibreCAD가 최고의 선택입니다.
오토캐드 LT의 무료 대안
LibreCAD는 유명한 QCAD에서 파생된 오픈소스 프로젝트입니다. 오토캐드(AutoCAD)의 2D 기능들과 매우 유사한 인터페이스와 단축키 개념을 가지고 있어, 기존 캐드 사용자라면 별도의 학습 없이 바로 적응할 수 있습니다.
심층 분석
- 가벼움과 호환성: 사양이 낮은 노트북에서도 쾌적하게 돌아갑니다. DXF 파일 포맷을 기본으로 지원하여, 다른 캐드 프로그램과의 데이터 호환성이 뛰어납니다.
- 정밀한 제도 도구: 레이어(Layer) 관리, 스냅(Snap-to-grid), 치수 기입 등 제도에 필요한 핵심 기능을 빠짐없이 갖추고 있습니다.
- 한계: 오직 2D 설계에만 특화되어 있습니다. 3D 모델링 기능은 전무하며, 파라메트릭 기능이 없어 수정 작업 시 선을 일일이 다시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주로 건축 도면 초안이나 취미용 CNC/레이저 가공 데이터 생성에 적합합니다.
3. 학생과 교사를 위한 특권: AutoCAD Student Version
“나는 업계 표준을 배우고 싶다”는 학생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캐드 시장의 지배자 오토데스크(Autodesk)는 학생과 교육자에게 자사의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업계 표준을 무료로 경험하다
이 버전은 기능 제한이 있는 ‘체험판’이 아닙니다. 수백만 원짜리 상용 버전과 완벽하게 동일한 기능을 제공합니다.
- 포함된 패키지: 기본 AutoCAD뿐만 아니라, 토목 설계를 위한 Civil 3D, 건축용 AutoCAD Architecture, 전기 설계를 위한 Electrical 등 전문화된 툴셋까지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및 단점
- 워터마크(Watermark): 학생용 버전으로 도면을 출력하거나 PDF로 변환하면, 도면 가장자리에 “교육용 제품으로 작성됨(Created by an Autodesk Student Version)”이라는 워터마크가 강제로 찍힙니다.
- 상업적 사용 불가: 당연하게도 이 버전으로 만든 도면을 납품하거나 상업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라이선스 위반입니다.
- 진입 장벽: 오토캐드는 기능이 방대하여 초보자가 독학하기엔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합니다.
4. 가장 직관적인 3D 스케치: SketchUp for Web
구글이 키우고 트림블(Trimble)이 완성한 **스케치업(SketchUp)**은 ‘세상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3D 툴’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료로 제공되는 웹 버전(SketchUp for Web)은 설치조차 필요 없습니다.
푸쉬 앤 풀(Push & Pull)의 마법
스케치업의 아이덴티티는 사각형을 그리고 마우스로 잡아당겨 입체로 만드는 ‘Push/Pull’ 방식에 있습니다. 복잡한 치수 입력 없이 직관적으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어 건축가, 인테리어 디자이너, 웹툰 작가들이 애용합니다.
심층 분석
- 접근성: 웹 브라우저만 있으면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습니다. 스케치업의 방대한 라이브러리인 ‘3D Warehouse’를 통해 다른 사용자가 만든 가구, 자동차, 나무 모델 등을 무료로 가져와 내 도면에 배치할 수 있습니다.
- 한계: 웹 버전은 유료 프로(Pro) 버전에 비해 기능 제약이 많습니다. 고해상도 렌더링이나 다양한 플러그인(Extension) 사용이 제한적이며, 복잡한 기계 부품 설계에는 정밀도가 떨어져 부적합합니다. 또한 최근 구독형(Subscription) 모델로 전환되면서 유료 버전의 가격 부담이 커졌다는 점도 단점입니다.
5. 결론: 나에게 맞는 도구는?
무료라고 해서 기능이 부족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작업 목적에 맞는 도구를 선택한다면, 유료 소프트웨어보다 더 효율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추천 요약]
- 기계 공학/제품 디자인/3D 프린팅: FreeCAD (파라메트릭 모델링의 강력함)
- 건축 도면/레이저 커팅/2D 제도: LibreCAD (가볍고 확실한 2D 성능)
- 취업 준비/자격증 공부: AutoCAD Student (업계 표준 습득)
- 인테리어 구상/빠른 아이디어 스케치: SketchUp for Web (압도적인 직관성)
소프트웨어는 결국 도구일 뿐입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아이디어입니다. 지금 당장 이 무료 도구들을 설치(또는 접속)하여, 머릿속의 상상을 현실의 데이터로 만들어보세요. 비용은 0원이지만, 그 결과물의 가치는 무한대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