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성능을 높이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죠. 특히 NVMe SSD는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숫자가 높을수록 더 빠르다”는 단순한 논리로 최신, 최고 사양인 PCIe 5.0 SSD에 눈독 들이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벤치마크 점수가 곧 실사용 속도는 아니니까요. 무턱대고 비싼 드라이브를 샀다가는 ‘돈 낭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PCIe 세대별 속도의 진실과 나에게 맞는 SSD 고르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1. PCIe 세대별 속도 차이, 얼마나 날까? (이론 vs 현실)
대부분의 NVMe SSD는 PCIe 인터페이스를 통해 메인보드와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 PCIe 버전이 높을수록 대역폭이 두 배씩 늘어나죠.
- PCIe 3.0 x4: 최대 약 3.5~4GB/s
- PCIe 4.0 x4: 최대 약 7~8GB/s
- PCIe 5.0 x4: 최대 약 14~16GB/s
숫자만 보면 PCIe 5.0은 3.0보다 4배, 4.0보다 2배 빠릅니다. 삼성의 최신 5.0 SSD 같은 경우 실제로 14GB/s에 달하는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기도 하죠. “당연히 5.0을 사야 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잠깐 진정하세요.
2. 게이머라면? PCIe 3.0으로도 충분합니다
충격적인 사실 하나. 게임 로딩 속도나 프레임(FPS)에서 PCIe 3.0과 5.0의 차이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게임 엔진은 아직 초고속 NVMe 드라이브의 속도를 100% 활용하도록 설계되지 않았습니다. 벤치마크에서는 수치 차이가 엄청나지만, 실제 게임 로딩 바가 줄어드는 시간은 불과 1~2초 차이거나 체감조차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다이렉트 스토리지(DirectStorage)’ 같은 최신 기술이 보편화되면 달라지겠지만, 현재로서는 게이밍 PC를 위해 비싼 5.0 SSD를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더 좋은 그래픽카드나 모니터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현명합니다.
3. 전문가라면? PCIe 5.0은 ‘시간 = 돈’입니다
하지만 게임이 아닌 ‘생산성’ 작업을 주로 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 대용량 파일 작업: 4K/8K 영상 편집, 3D 모델링, CAD, AI 데이터 처리 등
- 특징: 기가바이트 단위의 거대한 파일을 수시로 불러오고 저장해야 함
이런 환경에서는 4GB/s와 16GB/s의 차이가 작업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줍니다. 영상 렌더링이나 파일 복사 시간을 줄여주는 것은 곧 퇴근 시간을 앞당겨 주는 것이니까요. 전문가들에게 PCIe 5.0 SSD는 비싼 장비가 아니라, 시간을 벌어주는 투자입니다.
4. 잠깐! 내 PC가 5.0을 지원하긴 하나요?
가장 중요한 체크 포인트입니다. 아무리 좋은 PCIe 5.0 SSD를 사도, 내 메인보드나 CPU가 PCIe 4.0까지만 지원한다면 속도는 4.0에 맞춰 하향 평준화됩니다. 10만 원 더 주고 산 5.0 SSD가 4.0 속도로 작동하는 비극이 일어나는 거죠.
- 메인보드 매뉴얼 확인: M.2 슬롯이 PCIe 몇 버전을 지원하는지 반드시 확인하세요.
- 슬롯 위치 확인: 최신 보드라도 모든 슬롯이 5.0인 것은 아닙니다. 보통 CPU와 가장 가까운 1번 슬롯만 5.0이고 나머지는 4.0인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 나에게 맞는 SSD는?
- 가성비 게이머: PCIe 4.0 (심지어 3.0도 OK) 제품 중 평이 좋은 것을 고르세요. 남는 돈은 치킨 사 드세요.
- 하이엔드 게이머: PCIe 4.0 최상급 모델이면 차고 넘칩니다.
- 영상 편집/3D 전문가: PCIe 5.0 SSD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입니다. 단, 메인보드 지원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무조건 최신, 최고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용도에 딱 맞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수’의 쇼핑법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SSD를 사용하고 계신가요? 혹시 업그레이드 계획이 있으시다면, 어떤 모델을 눈여겨보고 계신지 댓글로 공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