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구매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아마도 ‘플레이 스토어’를 열어 카카오톡을 설치하고, 그다음에는 습관적으로 ‘크롬(Chrome)’ 브라우저를 독(Dock)의 가장 좋은 자리에 배치하는 일일 것입니다. 데스크톱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 덕분에, 모바일에서도 “인터넷 = 크롬”이라는 공식은 불문율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저 또한 ‘순정 안드로이드’를 지향하는 헤비 유저로서, 제조사가 만든 기본 브라우저는 그저 삭제해야 할 ‘블로트웨어(Bloatware)’ 취급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갤럭시 S 시리즈의 화면이 커지고, 모바일 웹 환경이 광고로 뒤덮이는 것을 보며 크롬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다시 켜본 **삼성 인터넷(Samsung Internet)**은 제가 알던 그 투박한 앱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모바일 사용성을 위해 뼈를 깎는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한, 가장 진보된 모바일 브라우저였습니다. 갤럭시 유저뿐만 아니라 타사 안드로이드 폰, 심지어 이제는 윈도우 PC 사용자까지 매료시키고 있는 삼성 인터넷.
오늘은 제가 10년 넘게 써온 크롬을 과감히 버리고 삼성 인터넷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기술적, 경험적 이유를 아주 상세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1. UI 철학의 승리: 엄지손가락을 위한 배려
모바일 브라우저의 핵심은 ‘한 손 조작’입니다. 스마트폰 화면이 6.8인치를 넘어가는 대화면 시대에, 주소창이 화면 꼭대기에 붙어 있는 크롬의 UI는 구시대적입니다. 주소를 치려면 손을 뻗거나 폰을 고쳐 잡아야 하죠.
혁신적인 하단 주소창과 툴바
삼성 인터넷은 삼성의 ‘One UI’ 철학을 그대로 계승했습니다. **”보는 것은 위쪽에, 누르는 것은 아래쪽에”**라는 원칙 말이죠.
- 주소창의 이동: 설정에서 주소창을 하단으로 내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엄지손가락의 동선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 커스텀 툴바: 하단 메뉴 바(뒤로 가기, 홈 등)를 내 마음대로 뜯어고칠 수 있습니다. 저는 오른손잡이라 ‘새 탭 열기’와 ‘북마크’를 오른쪽 끝에 배치했습니다. 30개 가까운 메뉴 중 내가 자주 쓰는 기능만 골라 최적의 동선을 짤 수 있다는 점은 고정된 UI를 강요하는 크롬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입니다.
탭 관리의 시각적 혁명
탭을 보여주는 방식도 다양합니다.
- 목록형: 텍스트 위주로 많은 탭을 볼 때.
- 스택형: 기존 카드 방식.
- 그리드형: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때.PC처럼 상단에 탭 바를 띄우는 기능도 지원하여, 태블릿이나 폴더블 폰에서는 데스크톱 수준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2. 광고와의 전쟁: ‘쾌적함’이라는 기본권
크롬은 구글의 수익 모델(광고) 때문에 강력한 광고 차단 기능을 탑재하는 데 소극적입니다. 반면 삼성 인터넷은 하드웨어 제조사가 만든 앱이기에, 사용자의 쾌적한 경험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콘텐츠 차단 기능 (Content Blockers)
삼성 인터넷 메뉴에는 아예 ‘광고 차단 기능’이라는 항목이 따로 있습니다. AdGuard, AdBlock Fast 등 검증된 서드파티 차단 앱을 최대 5개까지 동시에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활성화하는 순간, 뉴스 기사를 덮던 플로팅 배너, 19금 광고, 엑스(X) 버튼이 보이지 않는 팝업들이 싹 사라집니다. 데이터 소모량은 줄어들고 로딩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집니다.
스마트 추적 방지 (Smart Anti-Tracking)
이 기능은 단순히 광고를 가리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추적기(Tracker)’를 사냥합니다.
- 사이트가 사용자를 식별하지 못하도록 쿠키를 조작합니다.
- CName 클로킹(Cloaking) 방지: 도메인 이름을 위장하여 추적하는 최신 기법까지 막아냅니다.
- 프라이버시 대시보드: 지난 일주일간 어떤 사이트가 나를 추적하려 했는지, 팝업은 몇 개나 막았는지 통계로 보여주어 보안에 대한 신뢰를 줍니다.
3. 비디오 어시스턴트: 유튜브 프리미엄이 부럽지 않다
제가 삼성 인터넷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바로 **’비디오 어시스턴트(Video Assistant)’**입니다. 웹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영상(유튜브 포함)을 감지하여 보라색 버튼을 띄워주는데, 그 기능이 막강합니다.
- 제스처 제어: MX플레이어나 곰플레이어처럼, 화면 왼쪽을 위아래로 밀면 밝기 조절, 오른쪽을 밀면 볼륨 조절이 됩니다. 웹 영상에서 이게 된다니 놀랍지 않나요?
- 팝업 플레이어 (PIP): 영상을 띄워놓고 쇼핑을 하거나 카톡을 보낼 수 있습니다. 크기 조절도 자유롭습니다.
- 전체 화면 강제 전환: 전체 화면 버튼이 없는 구형 웹 플레이어도 강제로 꽉 찬 화면으로 만들어줍니다.
- 백그라운드 재생: 이게 핵심입니다. 화면을 끄거나 다른 앱으로 넘어가도 소리가 끊기지 않습니다.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유튜브 뮤직 없이 음악을 들을 때 배터리를 아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기능입니다.
4. 진정한 ‘시크릿 모드’란 이런 것
크롬의 시크릿 모드는 단순히 기록을 안 남기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삼성 인터넷의 **’비밀 모드’**는 보안 금고에 가깝습니다.
- 생체 인식 잠금: 비밀 모드를 켤 때 지문이나 얼굴 인식을 요구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폰을 빌려준 친구가 실수로 내 비밀 탭을 볼 일이 원천 차단됩니다.
- 별도 저장 공간: 비밀 모드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은 일반 갤러리나 파일 앱에 노출되지 않게 숨길 수 있습니다.
- 스마트 추적 방지 강화: 비밀 모드에서는 더욱 강력한 추적 방지 알고리즘이 적용되어 디지털 지문을 남기지 않습니다.
5. 애드온과 확장성: 브라우저를 OS처럼
모바일 크롬의 치명적 단점은 PC와 달리 확장 프로그램(Extension)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삼성 인터넷은 ‘애드온’ 기능을 통해 이를 해소합니다.
- 번역기(Translator): 구글 번역 엔진을 이용하여 웹페이지 전체를 번역해 줍니다.
- 자막(Subtitles): 영문 영상을 볼 때 실시간으로 자막을 생성해 주는 기능은 어학 공부에 큰 도움이 됩니다.
- 웹 페이지 PDF 저장: 단순 캡처가 아니라, 페이지 전체를 텍스트 검색이 가능한 PDF로 깔끔하게 저장해 줍니다. 보고서 자료 수집 시 매우 유용합니다.
6. PC 버전 출시: 생태계의 완성
그동안 삼성 인터넷의 유일한 약점은 “PC에서 못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북마크 동기화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크롬을 쓰는 분들이 많았죠.
하지만 최근 Microsoft Store에 윈도우용 삼성 인터넷이 정식 출시되었습니다.
- 양방향 동기화: 폰에서 보던 북마크, 열린 탭, 저장된 페이지가 PC와 실시간으로 연동됩니다.
- 크롬 북마크 가져오기: PC용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크롬의 북마크를 삼성 인터넷으로 가져올 수 있어 이주 장벽이 사라졌습니다.이제 폰에서는 삼성 인터넷, PC에서는 크롬을 쓰며 동기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둘 다 삼성 인터넷을 쓰면 되니까요.
7. 삶의 질을 높이는 ‘한 끗’ 차이
마지막으로, 써본 사람만 아는 디테일한 기능들입니다.
- 다크 모드 강제 적용: 웹사이트가 다크 모드를 지원하지 않아도, 브라우저가 강제로 색상을 반전시켜 눈을 보호해 줍니다. 이때 이미지 색상까지 이상하게 변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알고리즘이 훌륭합니다.
- 텍스트 크기 조절: 시스템 폰트 크기와 무관하게, 웹페이지 글자 크기만 따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노안이 온 부모님께 폰을 세팅해 드릴 때 필수 기능입니다.
- QR코드 스캐너 내장: 주소창을 누르면 바로 QR 스캐너를 켤 수 있어 별도 앱이 필요 없습니다.
8. 비교 분석: 크롬 vs 삼성 인터넷
| 비교 항목 | 구글 크롬 (Mobile) | 삼성 인터넷 (Mobile) |
| UI/UX | 상단 주소창 고정 (한 손 조작 불편) | 하단 주소창/메뉴 커스텀 가능 |
| 광고 차단 | 미지원 (DNS 우회 등 복잡함) | 공식 애드온 지원 (원클릭) |
| 동영상 편의성 | 기본 HTML5 플레이어 | 제스처, PIP, 백그라운드 재생 |
| 보안/프라이버시 | 시크릿 모드 (기록 미저장) | 비밀 모드 (생체 잠금 + 파일 격리) |
| PC 연동성 | 최상 (구글 계정) | 우수 (윈도우 앱 + 삼성 클라우드) |
| 부가 기능 | 번역, 비밀번호 저장 | 번역, 자막, 글자 크기 조절, PDF 저장 |
결론: 더 이상 ‘기본’에 머물지 마세요
우리는 습관의 동물입니다.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크롬을 쓰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삼성 인터넷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안드로이드 웹 서핑 경험의 **’상위 호환’**입니다.
갤럭시 폰이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플레이 스토어에서 누구나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삼성 인터넷을 설치하고, 하단 주소창의 편안함과 광고 없는 쾌적함을 경험해 보세요.
아마 하루 만에 독(Dock)에 있던 크롬 아이콘을 지우게 될 것입니다. 기술은 인간을 편하게 하기 위해 존재하고, 삼성 인터넷은 그 본질에 가장 충실한 브라우저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