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가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야심 차게 윈도우 11을 공개했을 때 저는 기대감에 부풀어 업데이트 버튼을 눌렀습니다. 유려해진 애니메이션, 중앙 정렬된 아이콘, 깔끔해진 UI는 분명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예쁨’을 즐기는 시간은 딱 10분이었습니다.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지옥이 펼쳐졌습니다. 엑셀 파일 두 개를 열었는데 작업 표시줄에서 하나로 뭉쳐져 제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파일을 드래그해서 작업 표시줄 아이콘 위에 놓았는데 금지 표시만 뜰 뿐 열리지 않았습니다. 압축을 풀려고 우클릭을 했더니 ‘더 많은 옵션 표시’를 또 눌러야 했습니다.
“이건 진보가 아니라 퇴보다.”
생산성이 반토막 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익숙해지라”고 강요했지만, 저는 타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찾아낸 것이 바로 **’ExplorerPatcher(익스플로러 패처)’**입니다.
이 도구는 단순한 스킨 변경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윈도우 11 내부에 잠들어 있는 윈도우 10의 코드를 깨워서, 우리에게 익숙하고 강력했던 그 시절의 사용성을 완벽하게 부활시키는 마법의 도구입니다. 오늘은 윈도우 11의 예쁜 껍데기는 유지하되, 기능은 윈도우 10의 강력함을 그대로 쓰는 방법을 A to Z까지 해부해 드리겠습니다.
1. ExplorerPatcher: 원리와 안전성 검증
설치에 앞서, 이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분이 시스템 개조 툴을 쓸 때 “바이러스 아냐?”, “윈도우 깨지는 거 아냐?” 하고 걱정하시기 때문입니다.
작동 원리: 잃어버린 코드를 깨우다
윈도우 11은 윈도우 10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새로운 UI(XAML 기반)를 덮어씌우면서 기존의 UI(레거시 쉘)를 완전히 삭제한 게 아니라, 비활성화 상태로 숨겨두었습니다.
ExplorerPatcher는 dxgi.dll이라는 파일을 통해 윈도우 탐색기(Explorer.exe)가 실행될 때 이 숨겨진 기능들을 호출하도록 ‘후킹(Hooking)’합니다. 즉, 외부 파일을 강제로 심는 게 아니라, 원래 윈도우에 있던 기능을 다시 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안전한가요? (오픈소스의 힘)
- 투명성: GitHub에 모든 소스 코드가 공개되어 있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코드를 감시하므로 백도어나 악성코드가 숨을 곳이 없습니다.
- 무료: 광고도, 유료 구독도 없습니다.
- 주의사항: 윈도우 시스템 깊은 곳을 건드리기 때문에 백신 프로그램(윈도우 디펜더 등)이 오진할 수 있습니다. 공식 GitHub에서 받은 파일이라면 안심하셔도 됩니다. 다만, 윈도우 메이저 업데이트 직후에는 충돌이 날 수 있으니,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해야 합니다.
2. 설치 가이드: ‘심볼(Symbol)’을 기억하세요
설치 과정은 매우 단순하지만, 딱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심볼 데이터 다운로드’ 과정입니다.
Step 1. 다운로드 및 실행
- ExplorerPatcher 공식 GitHub에 접속합니다.
- 우측 사이드바의 **[Releases]**를 클릭하고, 최신 버전의
ep_setup.exe를 다운로드합니다. - 실행합니다. (관리자 권한 필요)
Step 2. 화면 깜빡임과 심볼 다운로드
설치 파일을 실행하면, 화면이 회색으로 변하거나 작업 표시줄이 사라지고 윈도우 알림창이 뜰 수 있습니다. 절대 당황해서 강제 종료하지 마세요.
ExplorerPatcher는 현재 여러분의 윈도우 빌드 버전에 맞는 ‘심볼 데이터(Microsoft Symbol Server)’를 다운로드합니다. 이 과정이 끝나야 정상적으로 패치가 적용됩니다. 네트워크 속도에 따라 1~2분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작업 표시줄이 다시 나타나고 윈도우 10 스타일로 바뀌었다면 성공입니다.
3. 핵심 설정 1: 작업 표시줄(Taskbar)의 완벽한 부활
윈도우 11 작업 표시줄의 가장 큰 불만은 ‘강제 그룹화’와 ‘위치 이동 불가’입니다. ExplorerPatcher는 이를 완벽하게 해결합니다.
작업 표시줄 빈 곳을 **우클릭 -> [Properties]**를 눌러 설정창을 엽니다.
① 작업 표시줄 스타일 변경
- Taskbar Style:
Windows 10으로 설정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것을 되찾습니다.- 위치 이동: 이제 작업 표시줄 잠금을 해제하고 드래그하여 화면 상단(Top), 좌측, 우측 어디든 둘 수 있습니다. 듀얼 모니터 사용자에게는 축복과도 같습니다.
- 드래그 앤 드롭: 포토샵이나 메모장 아이콘 위로 파일을 끌어다 놓으면 해당 앱이 열립니다. 이 당연한 기능이 돌아옵니다.
② 아이콘 그룹화 해제 (네버 컴바인)
- Combine taskbar icons:
Never combine (단추 하나로 표시 안 함)을 선택하세요.- 이제 실행 중인 앱들이 아이콘 하나로 뭉치지 않고, 제목이 보이는 긴 막대 형태로 표시됩니다.
- 창 전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집니다. 내가 어떤 엑셀 파일을 켜뒀는지 마우스를 올리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까요.
③ 시스템 트레이와 시계
윈도우 11의 트레이 아이콘은 소리, 네트워크가 통합되어 있어 불편합니다.
- System tray icon flyout style:
Windows 10으로 변경하면 소리 조절 바와 네트워크 선택 창이 분리되어 뜹니다. - Clock flyout style: 시계를 클릭했을 때 초 단위까지 나오는 윈도우 10 스타일 달력을 볼 수 있습니다. (일정 확인에 훨씬 유리합니다.)
4. 핵심 설정 2: 파일 탐색기와 우클릭 메뉴
생산성을 갉아먹는 주범, 파일 탐색기를 손볼 차례입니다. 설정창에서 [File Explorer] 탭으로 이동합니다.
① ‘더 많은 옵션 표시’ 제거
- Disable the Windows 11 context menu: 이 항목을 체크(X 표시) 합니다.
- 이제 파일을 우클릭하면 익숙한 레거시 메뉴가 한 번에 뜹니다. 반디집, 알집, VS Code 등 서드파티 메뉴를 즉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② 리본 메뉴 복구
윈도우 11의 탐색기 상단 바는 예쁘지만 기능이 숨겨져 있습니다.
- Control Interface:
Windows 10 Ribbon을 선택합니다.- 파일 탐색기 상단에 ‘홈’, ‘공유’, ‘보기’ 탭이 생기며, 확장자 표시, 숨긴 항목 보기 등을 클릭 한 번으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 취향에 따라 더 심플한
Windows 7 Command Bar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5. 핵심 설정 3: 시작 메뉴와 기타 꿀기능
시작 메뉴 (Start Menu)
윈도우 11 시작 메뉴의 ‘추천’ 섹션이 싫다면 윈도우 10 스타일로 바꿀 수 있습니다.
- Start menu style:
Windows 10 선택.- 라이브 타일을 다시 쓸 수 있고, 앱 목록이 좌측에 바로 뜹니다.
- 주의: 이 기능을 쓰면 윈도우 키를 눌렀을 때 검색창이 바로 활성화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작 메뉴만큼은 윈도우 11 스타일을 유지하되, 작업 표시줄만 윈도우 10으로 쓰는 조합을 선호합니다.
창 전환 (Window Switcher)
- Alt+Tab style:
Windows 10으로 설정하면, 창 전환 시 배경이 흐려지는 효과를 조절하거나, 윈도우 XP 스타일의 심플한 아이콘 목록만 뜨게 할 수도 있습니다. - Window rounded corners: 윈도우 11의 둥근 모서리가 싫다면, 이를 직각(Square)으로 바꿔주는 옵션도 [Other] 탭에 숨어있습니다.
6. 경쟁 도구 비교: ExplorerPatcher vs 유료 툴
시중에는 ExplorerPatcher 말고도 비슷한 기능을 하는 유료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을 써야 할까요?
| 비교 항목 | ExplorerPatcher | StartAllBack | Start11 |
| 가격 | 완전 무료 (오픈소스) | 유료 ($4.99) | 유료 ($5.99) |
| 설치 난이도 | 중 (영어 메뉴, 심볼 다운로드) | 하 (매우 쉬움, 한글 지원) | 하 (쉬움) |
| 작업 표시줄 | 기능 복구 위주 | 디자인 커스텀 강력 | 디자인 커스텀 강력 |
| 안전성 | 윈도우 업데이트 시 충돌 가능성 있음 | 비교적 안정적 | 비교적 안정적 |
| 시작 메뉴 | 윈도우 10 스타일 복구 | 윈도우 7/10 스타일 완벽 구현 | 가장 다양한 테마 지원 |
| 추천 대상 | 파워 유저, 가성비 중시 | 디자인과 기능을 모두 잡고픈 유저 | 예쁜 시작 메뉴가 필요한 유저 |
결론:
- ExplorerPatcher: “나는 돈 쓰기 싫고, 순정 윈도우의 숨겨진 기능을 깨워서 쓰고 싶다.” -> 강력 추천
- StartAllBack: “설정이 복잡한 건 싫고, 그냥 깔끔하게 예전처럼 쓰고 싶다.” -> 추천
7. 트러블슈팅: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법
ExplorerPatcher는 강력한 만큼, 윈도우 업데이트와 충돌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상황 A: 탐색기가 계속 꺼졌다 켜짐 (무한 재부팅)
윈도우 업데이트 직후 심볼 데이터가 맞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Ctrl + Alt + Delete를 눌러 작업 관리자를 엽니다.- [파일] -> [새 작업 실행] ->
cmd 입력. - 까만 창에 다음 명령어를 입력해 삭제합니다.”%ProgramFiles%\ExplorerPatcher\ep_setup.exe” /uninstall
- 재부팅 후, 개발자가 수정 버전을 올릴 때까지 기다렸다가 재설치합니다.
상황 B: 회색 화면만 뜨고 아무것도 안 됨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치했거나 심볼 다운로드가 꼬인 경우입니다.
- 인터넷을 연결한 상태에서 재부팅 해보세요. 자동으로 심볼을 다시 받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위 방법으로 삭제 후 재설치하세요.
8. 마치며: OS의 주인은 바로 ‘나’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적응해서 쓰지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도구는 사람을 위해 맞춰져야지, 사람이 도구에 맞춰 불편함을 감수할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하루 8시간 이상 PC 앞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클릭 한 번의 낭비는 1년으로 치면 엄청난 시간 낭비가 됩니다.
ExplorerPatcher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빼앗아 간 우리의 **’선택권’**을 돌려줍니다. 작업 표시줄을 위로 옮기고, 창 제목을 확인하고, 우클릭 한 번으로 압축을 푸는 그 당연한 권리를 되찾으세요.
약간의 영어 메뉴와 투박한 설정창만 극복한다면, ExplorerPatcher는 윈도우 11을 현존하는 최고의 생산성 OS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지금 바로 설치해서 족쇄 풀린 윈도우를 경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