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면, 여러분은 어떤 동작부터 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윈도우 사용자가 그렇듯, 저 또한 수년 동안 똑같은 루틴의 노예였습니다. 아이콘을 클릭하고, 로그인 폼을 채우고, 창을 이리저리 옮기고, 데이터를 복사해서 붙여넣는 지루한 반복 작업들 말입니다.

시중에는 수많은 ‘노코드(No-code)’ 자동화 툴이 나와 있습니다. 저 역시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바탕화면(Desktop) 레벨에서 디테일한 제어가 필요할 때마다 번번이 벽에 부딪혔습니다. 웹 브라우저 안에서는 잘 작동하다가도, 윈도우 탐색기나 오래된 사내 프로그램을 제어하려고 하면 먹통이 되기 일쑤였으니까요.
그러다 만난 것이 바로 **AutoIt(오토잇)**입니다. 처음에는 코딩처럼 보여서 겁을 먹었지만, 막상 써보니 이것은 프로그래밍이라기보다 컴퓨터에게 보내는 ‘심플한 지시사항’에 가까웠습니다. 코딩을 새로 배우는 게 아니라, 제가 손으로 하던 짓을 글로 적어주는 것뿐이었죠. 오늘 저는 여러분께 윈도우 자동화의 신세계를 열어준 AutoIt의 강력함과 구체적인 활용법을 아주 상세하게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5줄의 코드로 시작된 업무 혁명
가장 먼저 저를 매료시킨 건 거창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하루에도 20번 넘게 반복하던 아주 사소한 타이핑 작업이었죠.
저는 이메일이나 보고서를 쓸 때마다 끝인사와 제 이름, 그리고 개인정보보호(GDPR) 관련 문구를 매번 타이핑해야 했습니다. 복잡한 일은 아니지만, 하루 20번이면 일주일이면 100번입니다. 정신을 갉아먹는 단순 반복이었죠. 상용구 등록 기능이 없는 프로그램에서도 이 문구를 쓰고 싶었는데,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그때 AutoIt의 HotKeySet 함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공식 문서에 있는 예제 코드를 복사해서, 텍스트 부분만 제가 원하는 문구로 바꿨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Ctrl + Alt + S를 누르자마자 아웃룩, 워드, 크롬, 메모장 등 프로그램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제가 설정한 문구가 순식간에 입력되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사용하는 스크립트 공개
코딩을 전혀 몰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래는 제가 지금도 사용 중인 실제 코드입니다.
AutoIt
HotKeySet("^!s", "SendBoilerplate")
While 1
Sleep(100)
WEnd
Func SendBoilerplate()
Send("Best regards,")
Send("{ENTER}Afamefuna Zikora Onyimadu")
Send("{ENTER}Please let me know if you need anything else.")
EndFunc
이 코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정말 직관적입니다.
- HotKeySet(“^!s”, “SendBoilerplate”): 여기서
^는 Ctrl, !는 Alt를 의미합니다. 즉, Ctrl + Alt + S를 누르면 SendBoilerplate라는 함수를 실행하라는 뜻입니다. - While 1 / Sleep(100): 이 부분은 스크립트가 종료되지 않고 백그라운드에서 계속 살아있게 만듭니다. 0.1초(100ms)마다 대기하며 제가 핫키를 누르는지 감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 Func SendBoilerplate(): 실제 행동을 정의하는 부분입니다.
- Send(“…”): 따옴표 안의 내용을 타이핑합니다.
{ENTER}는 엔터키를 누르는 동작을 대신합니다.
단 30초 만에 작성한 이 스크립트 덕분에, 저는 매일 반복되던 미세한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해방되었습니다.
화면 좌표의 함정에서 벗어나다: UI 컨트롤 제어
보통 자동화 입문자들은 ‘매크로 레코더’ 같은 도구를 먼저 접합니다. 마우스의 움직임과 클릭을 녹화해서 그대로 재생하는 방식이죠. 하지만 이 방식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창의 위치가 조금만 바뀌거나, 모니터 해상도가 달라지면 엉뚱한 허공을 클릭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AutoIt이 다른 도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AutoIt은 화면의 X, Y 좌표(픽셀)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윈도우 UI 요소의 고유 ID(Control ID)**를 인식합니다.
AutoIt Window Info Tool의 발견
AutoIt을 설치하면 딸려오는 **’AutoIt Window Info Tool’**이라는 작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물건입니다.
이 툴을 켜고 자동화하고 싶은 버튼 위로 마우스를 가져가면, 그 버튼의 클래스(Class), 인스턴스(Instance), ID 같은 내부 정보를 보여줍니다. 이제 저는 “화면 왼쪽에서 150픽셀, 위에서 300픽셀 지점을 클릭해”라고 명령하는 대신, **”이 창에 있는 ‘확인’ 버튼을 찾아서 눌러”**라고 명령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ControlClick: 특정 버튼을 클릭합니다.
- ControlSend: 특정 입력창에 텍스트를 넣습니다.
- WinActivate: 특정 창을 활성화합니다.
창이 모니터 구석에 있든, 다른 창에 가려져 있든 상관없습니다. AutoIt은 그 버튼의 ‘주민등록번호’를 알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찾아가서 클릭합니다. 파워토이(PowerToys) 같은 도구도 훌륭하지만, 디테일한 UI 제어 측면에서는 AutoIt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실전 사례: 데이터 입력 노가다를 끝내다
단순한 텍스트 입력을 넘어, 전체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했을 때 AutoIt의 진가가 드러났습니다.
제 업무 중에는 CSV 파일에 있는 데이터를 읽어서, 웹 기반 CRM 시스템의 5개 필드에 옮겨 적는 일이 있었습니다. 10개를 처리하는 데 15분이 걸리는데, 50개를 해야 하는 날이면 시작하기도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AutoIt으로 이 과정을 자동화했습니다.
- 파일 읽기: CSV 파일을 한 줄씩 읽어오는 루프(Loop)를 짭니다.
- 창 활성화:
WinActivate로 크롬 브라우저를 맨 앞으로 가져옵니다. - 데이터 입력:
Send 명령어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Tab 키를 눌러 다음 필드로 이동합니다. - 제출:
ControlClick으로 저장 버튼을 누릅니다.
스크립트를 실행하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손대지 않아도 데이터가 필드에 촤라락 입력되고, 저장 버튼이 눌리고, 다음 데이터로 넘어가는 과정이 눈 깜짝할 새에 진행되었습니다. 50건의 데이터 처리가 커피 한 잔 마실 시간도 안 되어 끝났습니다. 브라우저는 망설임 없이 완벽하게 작동했습니다.
나만의 앱을 만들다: 실행 파일(EXE)로 변환
스크립트를 짤 때마다 AutoIt 편집기를 열어서 실행하는 건 번거롭습니다. AutoIt은 **’Aut2Exe’**라는 유틸리티를 통해 우리가 짠 스크립트를 독립적인 윈도우 실행 파일(.exe)로 변환해 줍니다.
방법도 간단합니다. 작성한 .au3 파일을 선택하고 변환 버튼만 누르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exe 파일은 AutoIt이 설치되지 않은 다른 동료의 컴퓨터에서도 완벽하게 실행됩니다. 마치 제가 전문 개발자가 되어 배포용 프로그램을 만든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완전 자동화: 스케줄링
이제 저는 이 실행 파일들을 윈도우 시작 프로그램 폴더에 넣어둡니다. 컴퓨터를 켜면 자동으로 상용구 스크립트가 실행되어 대기 상태가 되죠.
또, 매일 특정 시간에 실행되어야 하는 정리 스크립트는 **’윈도우 작업 스케줄러(Task Scheduler)’**에 등록해 두었습니다. 제가 신경 쓰지 않아도 컴퓨터가 알아서 정해진 시간에 청소를 하고, 데이터를 백업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감독이 필요 없는(Unsupervised)’ 업무 환경이 구축된 것입니다.
AutoIt vs 다른 자동화 도구 비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윈도우에서 쓸 수 있는 다른 도구들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 비교 항목 | AutoIt | Power Automate Desktop | 일반 매크로 레코더 |
| 방식 | 스크립트 (코드 작성) | 드래그 앤 드롭 (GUI) | 녹화 및 재생 |
| 정확도 | 최상 (Control ID 기반) | 상 (UI 요소 인식 가능) | 하 (좌표 기반, 깨지기 쉬움) |
| 학습 난이도 | 중간 (기초 문법 필요) | 중간 (로직 이해 필요) | 매우 쉬움 |
| 확장성 | 무한대 (복잡한 로직 가능) | 높음 | 낮음 |
| 비용 | 완전 무료 (오픈소스) | 유료 (일부 기능 무료) | 유/무료 다양 |
| 배포 | EXE 파일로 변환 가능 | 흐름 공유 필요 | 전용 플레이어 필요 |
결론: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세요
AutoIt의 가장 큰 장점은 기능적인 강력함보다 심리적인 장벽을 허물어 준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자동화’라고 하면 복잡한 파이썬 코드를 떠올리며 지레겁을 먹습니다. 하지만 AutoIt은 다릅니다. 그것은 컴퓨터에게 “여기 클릭해”, “이거 입력해”, “엔터 눌러”라고 알려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절차를 글로 적는 과정일 뿐입니다. 영문으로 된 간단한 명령어가 복잡한 작업을 단순한 지시 사항으로 바꿔줍니다.
저의 학습 과정은 자연스러웠습니다. 이메일 서명을 자동으로 넣는 작은 성공에서 시작해, 이제는 업무의 절반을 자동화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n8n 같은 워크플로우 툴도 훌륭하지만, 내 PC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내 손발처럼 제어하는 쾌감은 AutoIt만이 줄 수 있는 경험입니다.
지금 당장 시작해 보세요. 여러분의 지루한 반복 작업을 컴퓨터에게 떠넘기고, 더 창의적인 일에 시간을 쓰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