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스마트폰을 사면 으레 기본으로 설치된 앱을 사용하곤 합니다. 특히 ‘구글 캘린더(Google Calendar)’는 안드로이드 사용자에게 있어 공기와도 같은 존재죠. 강력한 기능, 구글 생태계와의 연동성 등 장점이 많지만, 언젠가부터 이 앱이 ‘나의 시간’을 관리해 주기보다는 ‘구글의 서비스’를 홍보하는 데 더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신 적 없으신가요?
저 역시 수년간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 왔지만, 최근 **’Etar’**라는 오픈소스 캘린더 앱으로 갈아탔습니다. 리니지OS(LineageOS) 사용자들 사이에서 ‘필수 앱’으로 통하는 Etar는 화려한 기능 대신 ‘시간 관리’라는 본질에 집중한 앱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제가 왜 편리한 구글 캘린더를 버리고 투박해 보이는 Etar를 선택했는지, 그리고 이 작은 변화가 어떻게 제 생산성을 높여주었는지 상세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복잡한 알림과 기능에 지친 분들이라면 꼭 주목해 주세요.
1. 구글 캘린더, 정말 최선일까? (불편한 진실)
구글 캘린더는 훌륭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터페이스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편의보다는 ‘참여(Engagement)’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 과도한 장식: 일정 보기(Schedule view) 화면에는 일정 유형에 따른 일러스트가 표시됩니다. 보기에는 예쁘지만, 한정된 모바일 화면에서 내 일정을 한눈에 파악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 강제된 기능들: 단순한 개인 일정에도 끈질기게 따라붙는 “Google Meet으로 참여하기” 버튼, 캘린더 일정과 뒤섞여 공간을 차지하는 ‘할 일(Tasks)’과 ‘리마인더’ 등은 순수하게 시간표를 보고 싶은 사용자에게 피로감을 줍니다.
- 주객전도: 저는 회의 링크가 필요하면 설명란의 링크를 누르면 되고, 할 일 관리는 전용 투두(To-do) 앱을 쓰는 것이 더 편합니다. 구글은 이 모든 것을 캘린더 안에서 해결하라고 강요하는 듯합니다.
2. 미니멀리즘의 정석, Etar를 만나다
Etar는 구글이 추가한 모든 군더더기를 걷어낸, 아주 기본적인 캘린더 앱입니다. ‘오픈소스’라는 단어가 주는 투박함이 걱정되시나요? 걱정 마세요. Etar는 안드로이드의 **클래식한 머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을 채택하여 깔끔하고 직관적입니다.
Etar의 핵심 특징
- 군더더기 없는 UI: 앱을 열면 오직 달력과 일정만 보입니다. 일러스트도, 미팅 권유도, 기능 통합 알림도 없습니다.
- 빠른 가독성: 주간 뷰(Week view)나 월간 뷰에서 내 일정이 언제 잡혀 있는지 스캔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 가벼움: 기능이 단순한 만큼 앱 구동 속도가 빠르고 가볍습니다.
단, Etar는 안드로이드 전용입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F-Droid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아이폰 사용자는 아쉽게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3. 빅테크에 내 일정을 바치지 않을 권리 (프라이버시)
사실 제가 Etar로 넘어온 가장 큰 이유는 ‘데이터 주권’ 때문입니다. 구글 캘린더는 사용자의 일정을 분석하여 스마트 기능을 제공합니다. 교통 상황을 알려주거나 일정을 제안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내 사생활이 구글 서버에서 분석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Etar는 다릅니다.
- 로컬 저장: 기본적으로 계정 로그인 없이 로컬 기기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 백그라운드 분석 없음: 내 일정을 분석해 광고 프로필을 만드는 알고리즘이 없습니다.
- 동기화의 자유: 물론 여러 기기에서 일정을 보고 싶다면 동기화가 필요합니다. Etar는 CalDAV를 지원하므로, 구글이 아닌 내가 원하는 클라우드나 개인 서버를 통해 일정을 동기화할 수 있습니다.
4. 환승 이별은 쉽다: 기존 일정 100% 연동
“앱을 바꾸면 기존 일정을 다 옮겨야 하나?” 하는 걱정은 접어두셔도 됩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은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정 데이터는 앱이 아닌 안드로이드 시스템의 ‘캘린더 저장소’에 저장됩니다.
즉, Etar를 설치하고 권한만 허용하면, 기존에 구글 캘린더에서 보던 모든 일정이 마법처럼 Etar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별도의 백업이나 복원 과정이 필요 없습니다.
- 꿀팁: 처음에는 구글 캘린더와 Etar를 동시에 설치해 두고 며칠간 병행해 보세요. Etar의 설정 메뉴에서 보고 싶지 않은 캘린더를 끄거나 켤 수 있어 나만의 맞춤형 달력을 만들기 좋습니다.
5. 구글 캘린더 vs Etar 비교 분석
여러분의 선택을 돕기 위해 두 앱의 차이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 비교 항목 | 구글 캘린더 (Google Calendar) | Etar (Open Source) |
| 디자인 철학 | 화려함, 정보 통합, 기능 중심 | 심플함, 가독성, 일정 중심 |
| 주요 기능 | 화상회의(Meet), 할 일(Tasks) 통합 | 캘린더 보기, 일정 생성 |
| 데이터 처리 | 클라우드 동기화 필수, 데이터 분석 O | 로컬 우선, 분석 X, 동기화 선택 가능 |
| 사용성 | 구글 생태계 사용자에게 편리 | 일정 관리에만 집중하고 싶은 사용자에게 적합 |
| 가격 | 무료 (광고/데이터 수집 포함) | 완전 무료 (오픈소스, 광고 없음) |
| 플랫폼 | Android, iOS, Web | Android Only |
6. 결론: 집중력을 되찾는 가장 쉬운 방법
Etar는 혁신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앱은 아닙니다. 위젯도 구글 캘린더와 비슷하고, 사용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 앱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나를 방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앱을 켤 때마다 “회의 하세요”, “저장 용량을 늘리세요”라고 외치는 알림 대신, 오직 내가 해야 할 일과 약속만을 조용히 보여주는 앱. 이 작은 차이가 디지털 환경에서의 피로도를 줄이고, 내 스케줄에 온전히 집중하게 만들어 줍니다.
스마트폰을 단순한 도구로 되돌리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오늘 당장 구글 캘린더를 홈 화면에서 치우고, Etar를 설치해 보세요. 복잡한 디지털 세상에서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관리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